12월이다. 이제 더 여행 갈 곳도 없으니 여행연말결산을 해야지. 물론 다담주에 친구 만나러 다른 지역에 가긴 하지만 전에도 가봤으니 그냥 그때의 기억으로 퉁쳐버린다. 부다페스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 지난 겨울 엄마가 와서 같이 여행했다. 베를린에서 드레스덴 그리고 프라하와 뉘른베르크를 거쳐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일정. 프라하 여행이...
부다페스트다. 왜 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시험이 끝나고 나니 수업이 세 개밖에 안 남았고 그나마도 월화에 몰려 있어 수요일부턴 단기방학이나 다름없다.(사실 수요일목요일금요일에도 수업 들으려고 했는데 맘만 앞서고 몸은 뒤쳐져서 맨날 집에서 담주에 가자 하면서 미루는 중.) 사람 홀리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어김없이 특가항공편이 우르르 풀렸고 그중에 가장 저렴한 걸...
가족과의 화해는 어렵다. 미안해 한마디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말이 되고 타이밍까지 전혀 감이 안 온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미안해야 하는지. 친구랑 싸우는 일이 훨 단순하다. 심각한 일이면 간단하게 연락을 끊어버리는 쪽으로 털 수 있고 별거 아니라면 야 미안해 하고 같이 소주나 한잔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가족과는 도통 어떻게 화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무 ...
부쩍 우울하다. 이유야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그런 때가 온 걸 수도 있고 우울한 소식이 많아서일 수도 있고. 간밤엔 꿈을 꿨다. 같이 일하던 동료나 상사들의 월급내역서를 읽고 절망하고 가장 좋아하던 가족이 죽어 장례식에 가는 꿈. 개꿈이다. 개꿈이지. 꿈속에선 아주 어릴 때부터 나를 키워주다시피 한 큰이모가 죽었다. 이제 이모도 늙어 할머니가 되었으니 항...
어쩌면 소설가가 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면 는다지만 모두가 많이 읽는다고 잘 쓰는 건 아니잖아. 학교 다닐 때 내도록 하던 생각을 또 다시 한다. 장류진 소설집을 읽었기 때문에.(비슷한 생각을 정세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도 생각했다.) 무슨 소설을 읽든 가장 먼저 읽게 되는 건 작가양력이다.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늙는다는 건 어째서 이렇게까지 막연히 두려울까. 나이 드는 것 자체가 무섭다기보단 부수적인 것들이 무섭다. 몸이 늙는 것 늙어서 아픈 것 도통 성한 데가 없어 하고 말하는 것 쥐꼬리만큼 나올 국민연금과 어쩌면 죽기 전까지 납부해야 할 보험료 게다가 죽어서도 기백만 원은 하는 납골당을 찾아야 한단 것. 문득 나이 든 사람들이 경외롭기까지 하다. 별 탈 없이 ...
언어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태어나 응애 할 때부터 언어를 배운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어가 국어가 되고 머리가 크면 외국어를 배운다. 열 살 초등학교 삼학년에 처음으로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다. 당시 영어선생님이 내가 좋아하는 엄마 친구를 닮아 열심히 공부했다. 의지는 그렇게 지질하게 생기고 지질하게 사라진다. 고등학생이 되자 수능외국어 때문...
엄마에게 새 취미가 생겼다. 취미상실을 쓴 날(그러니까 엊그제인가) 엄마에게 새 취미 소식을 들었다. 내 취미를 상실해서 엄마가 새 취미를 얻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엄마에겐 취미가 필요하다. 일과 육아(사실 나도 아직 육아의 대상이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취미. 아빠는 취미가 너무 많고 엄마는 취미가 너무 없다. 하다못해 집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도...
외국 살면서 무뎌지는 것들 중 가장 큰 건 역시 공휴일이나 국가행사들이다. 한국 살 때도 공휴일은 사무실 책상 위 달력으로만 확인했고(안 하면 안 된다. 쉬는 날은 중요하다.) 나머지는 포털 사이트 아님 편의점으로 알았다. 편의점이야말로 행사달력이다. 무슨 날 되면 행사 상품으로 뭐 팔고 뭐 팔고. 무슨데이 어쩌고에 무뎌도 편의점만 가면 다 알 수 있다. ...
좋아하는 것을 멈추니 할 일이 없다. 끈덕지게 좋아하는 일이 없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만 남는다. 악기라도 배울까 싶어 우쿨렐레를 사놓고 방치한다. 코드 몇 개 배우고 혼자 띵가띵가하다 원리만 깨닫고 내팽개쳤다. 글도 쓰기 싫다. 심지어 그렇게 지루하던 글리도 다 봤다. 넷플릭스를 기웃거리다가 관둔다.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싶다가도 감정소모는 싫다. ...
하루하루가 생존 서바이벌이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신기하게도 내가 여성이라 불안한 건 여기서 더 크다. 그렇다고 한국이 여성 대상 범죄에서 자유로운 나라인 것도 아닌데. 미쳤다. 미친 일이다. 여기 오고 얼마 안 돼 러시아 사는 친구랑 사는 얘길 하는데 걔가 묻더라. 거긴 어때 살 만해? 그래서 걍 죽겠다 해줬다. 베를린 욕도 하고 모...
드라마가 싫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인기 있는 드라마는 더 안 봤다. 간단한 논리다. 영화는 나쁜 놈이 나와도 고작 두 시간 세 시간이고 책은 재수 없는 놈이 나와도 이미지까진 내가 만드는 거다. 드라마는 아니다. 나쁜놈이 나오면 최소 열몇 시간 봐야 이새끼가 죽든 회개하든 걍 먼지가 되어 사라지든 하고 재수 없는 놈이 나오면 내가 손 떼는 게 빠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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